소설가 김재찬

박정환이 죽기 전날까지 유신체제가 좋다고 떠들던 사람들이 박정환이 죽고 나자, 제 일성으로 한 얘기가 ‘민주적 절차 밟고 개헌하겠다. 긴급조치 해제하겠다’였다. 

이게 뭘 뜻하는 것인가? 유신이 잘못된 줄 알면서도 장관이나 국회의원이나 끽소리 못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나는 당신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목숨을 걸고 당신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할 것이다.” 자유주의 사상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이건, 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다양성이며 이를 보장하기 위한 사상, 표현, 언론의 자유 같은 자유권이다.
“우리가 흔히 ‘독재’라고 부르는 ‘권위주의’ 체제는 자유주의와 달리 다양성과 사상, 표현,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마예.”
“이만승, 박정환, 전두환 정권 같은 87년 민주화 이전 정권들이 그러했지.”
“그러나 자유주이, 그 진화된 형태인 자유민주주의의 정반대에서 있는 사상과 체제는 ‘전체주의’야”

파시즘이나 과거 사회주의, 북한 같은 체제를 가리키는 전체주의의 핵심은 다양성을 부정하는 획일성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전체주의에 가까웠던 체제는 유신이야.”
“유신체제는 단순히 사상, 표현, 언론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 아니었어요.”
“맞고마, 국가가 머리 길이, 치마 길이까지 통제했어예.”

국가의 억압 도구는 경찰봉이나 전기고문이 아니라 지와 가위였다. 경찰은 자와 가위를 가지고 다니며 치마 길이와 머리 길이를 쟀고 정부기준보다 긴 머리는 가위로 잘라버렸다. 

“그런 보수정권하에서는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었어요.”
“자유당의 이만승은 독재, 부정축재, 부정선거로 하야했고, 박정환은 쿠데타를 일으켜 불법으로 권좌에 올랐고, 독재를 일삼다가 결국 부부가 암살까지 당했어요.”
“전두환도 역시 쿠데타와 독재로 사형선고를 받았어예. 하지만 사면을 해줬고, 노태우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사면으로 풀려났고마.”
“절망감을 느껴. 특히 이 전체주의가 군사독재에 뿌리를 둔 극우 보수세력에서 생겨났어.”
“이는 파시즘이나 북한과 같이 내부 비판이나 다른 견해를 허용하지 않고 일사불란한 획일성을 강요하는 전체주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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