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재찬

그러니까 혁명은 급진적이고 과격한 방식으로 기존의 권력층을 뒤엎거나, 특정 정권을 타도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세계와 인간과 삶의 본질을 억압하고 왜곡하는 낡은 체제(앙시앵레짐)를 새로운 체제로 대체하는 것, 이것이 바로 혁명이다.

고대 문명의 정치적 특성인 민주공화체제의 등장에 결정적 영향을 끼쳐 혁명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프랑스 대혁명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보면 혁명이 반란이나 반역과 다른 것임을 잘 알 수 있다.

루이 16세가 민중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함락했다는 소식을 듣고선 “반란인가?”라고 물었으나, 그의 최측근이었던 라로슈푸코 리앙쿠르가 “아닙니다. 폐하!” 혁명입니다”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그것이다.

라로슈푸코 리앙쿠르는, 혹은 이 일화를 소개한 프랑스 혁명(1837)의 저자 토머스 칼라일은 루이 16세와 달리 바스티유 감옥 함락의 의미가 루이 16세의 퇴진만이 아니라, 시민과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절대왕정과 신분사회로 압축되는 앙시앵 레짐의 사멸과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질서, 즉 민주공화제를 요구하는 것임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미국의 독립혁명도 빠지지 않는다.

프랑스 혁명에 앞서 일어난 미국 독립혁명 역시 단지 영국의 왕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난 인간의 기본적 권리의 획득’이라는 좋음을 추구한 사건이다.

프랑스와 미국 외에도 근대 문명 세계에서 강대국 혹은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 대부분이 혁명이라 불리는 역사적 사건을 경험했다. 근대의회 정치발전의 기초가 된 명예혁명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다.

독일도 기억할 만한 혁명의 역사를 갖고 있다. 1차 세계대전 말기인 1918년에 제정을 무너뜨리고 바이마를 공화국의 기초를 세운 11월 혁명이 그것이다.

아예 유럽 전체를 휩쓸면서 혁명의 경험을 선사했던 사건도 있다.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수용토록 한 1848년 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이만승, 박정환의 30년 집권 기간 동안 역사 바로 세우기는 무한정 뒤로 미루어졌어요.”

내가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국어 교과서에는 친일파 문인들의 글이 버젓이 실려 있었고,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주요한의 ‘불놀이’를 좋아해 암송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국어 선생님들은 ‘해에게서 소년에게’, ‘무정’, ‘불놀이’가 대단한 작품인 양 가르치면서도 최남선, 이광수, 주요한의 친일 행각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친일파들이 활개를 치고 다닌 것이 어디 문단뿐 이겠냐?”
“학계 말고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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