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소홀속 출범한 ‘외줄타기’…이달 중 최종 결정될 듯

▲세종시 연서면 소재 연봉초등학교의 ‘연봉초 클럽형 축구부’가 여러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달중 존폐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시 연서면 소재 연봉초등학교의 ‘연봉초 클럽형 축구부’가 여러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달중 존폐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봉초등학교 클럽형 축구부가 온갖 논란에 휘말리며 불과 1년도 안돼 선진 학교 체육은커녕 준비없는 졸속 출범과 운영으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 16일 세종시교육청과 연봉초 등에 따르면 연봉초 클럽형 축구부는 연봉초와 축구 클럽인 ㈜송창우FC싸커스쿨의 업무제휴협약으로 지난해 10월 30일 출범한 가운데 올해 초부터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양측은 협약을 통해 유소년 축구 저변 확대 및 학교 체육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대한체육회(소년체전) 및 대한축구협회 주관(전국 주말리그, 춘계·추계 연맹전) 대회에 ‘연봉초등학교’ 이름으로 출전하고 1년간 효력을 갖는다는데 합의한다.

또한 업무 분장으로 연봉초는 학교 시설 제공 및 학교 생활을 클럽은 훈련과 대회 출전 등을 관리하고 운동장은 주중 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사용토록 정했다.

‘연봉초 클럽형 축구부’는 업무제휴협약서와 업무협약에 따른 업무분장 등 2장 분량의 내용으로 공식 출범했다.

▲연봉초등학교 운동장 전경.
▲연봉초등학교 운동장 전경.

당초 세종시내 첫 초등학교 남자 축구부로 엘리트 체육강화 및 축구 저변 확대에 한몫할 것이라는 기대로 출범했지만 지난 3월부터 여러 문제가 표면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감독과 학부모 갈등속 해당 학부모 자녀에 대한 따돌림 논란, 축구부의 학교 운동장 독점 주장 등 당초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졌다.

시교육청과 해당 학교 등이 진화에 나섰지만 클럽 운영 매뉴얼 및 지침 등이 마련되지 않아 해결은 지지부진한 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협약서에는 협의사안이 발생할 경우 양자간 별도로 협의한다는 원론적인 내용뿐이다.

결국 비 축구부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축구부 관련 민원이 제기됐고 6월 28일 연봉초 학교운영위에서 ‘축구부 해체’ 안건으로 상정되기에 이른다.

운영위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참석자들은 당초 협약과 다르게 축구부가 운영된다는 것에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일반 학생들의 운동장 사용권리 제약과 더불어 축구부 18명 중 기존 연봉초 학생은 4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4명이 축구를 위해 전학 온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협약이 1년간 유효하고 추후 연장 여부를 결정함에 따라 자칫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학교 정식 운동부로 오인될 수 있는 연봉초 명칭으로 선수를 모집하는 행위도 언급됐다. 학교측은 이런 부분에 대해 공문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논의 끝에 해체 안건은 공청회 등을 거쳐 7월 11일 정기회의에서 기타 협의 안건으로 투표를 통해 운영위원 중 동의 6명, 비동의 1명, 기권 1명으로 ‘해체 의견’이 제시됐다.

협약 기간이 남은 만큼 투표 결과는 그 ‘실효성’보다는 축구부에 대한 ‘선언적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운동장 독점사용 논란이 축구부가 당초 합의한 내용을 준수하지 않아 불채질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17일 연봉초를 찾았을 때 오후 4시 경부터 이미 운동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일반 학생들은 찾아볼 수 없었는데 한 학부모는 “운동장을 축구부가 사용하는 것처럼 인식돼 (마찰을 우려해) 사용을 꺼리고 있다”며 “축구부 학생들도 힘들겠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이 피해를 보면 곤란하다. 협약이 이번에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클럽측은 협약 내용을 잘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클럽 관계자는 “운동장 사용시간은 원칙적으로 지키고 있다. 다만 수업이 일찍 끝난 학생들이 나와 운동할 수도 있다”며 “또 일반 학생들이 언제든지 이용한다고 하면 운동장의 반을 할애할 수 있다고 학교에 알렸다”고 말했다.

그는 타 학교 학생과 관련해 “당초에 이곳으로 전학 오려고 했던 아이들인데 학교측에서 외부에서 운동할 것을 요청해 수용했고 1주일 정도 지나 학교의 허락으로 다시 연봉초에서 같이 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약 기간과 관련해 당초 1년이 아닌 2~3년을 원했다고 덧붙였다.

학교측은 협약 연장여부는 이달 중 전체 학부모와 교직원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 운영위에서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원만한 해결을 바라지만 뚜렷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다자간 업무협약과 공식 지침을 마련해 지원하고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1000만원을 축구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현실에서 사전에 기본적인 메뉴얼도 없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불안정한 1년간의 시한부 협약을 통해 클럽형 축구부를 운영한다는 자체가 아이러니하다며 협약 출범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향후 축구부의 존폐 여부의 최종 결정과 관계없이 책임소재를 둘러싼 후폭풍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세종참교육학부모회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내고 운동부 사태와 관련해 스포츠클럽 운동부 운영 매뉴얼 수립 및 재발방지를 위한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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