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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기사승인 2018.04.14  06: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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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에 살리라…‘성재봉’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세종시 소방서를 뒤에서 감싸는 봉우리가 성재봉이다.

지금은 높이를 자랑하는 아파트군에 가려 존재가 미미하지만, 우리나라의 발전과 영광을 보장하는 세종시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존재감이 확실한 봉우리였다.

귀하고도 귀하다는 금개구리가 자란다는 장남평야, 들판이 넓고도 넓어, 이리 나고 저리 난 물길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어울려 숨바꼭질을 하다 지치면, 파란 하늘의 흰 구름을 바라보며 숨을 가다듬는 장남 평야, 금강에서 인 바람이 서둘러 달려도 한참을 달려야 하는 장남평야를 그윽이 내려다보며 서 있는 것이 성재봉이었다.

가치를 크기에서 구하는 풍수지리가는 규모의 작음을 말하기도 하나, 이순신 장군의 키가 커서 왜적을 괴멸시켰던가, 아니면 나폴레옹이 거구라 군사작전에 능했단 말인가.

옛날에 성재봉 자락에 이효와 백순이라는 신이 살고 있었는데, 어려서부터 같이 놀았기 때문에, 커서도 남녀를 의식하지 않고 어울렸다. 산야를 쏘다니며 짐승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금강에 “첨벙”하고 뛰어들어 물고기들과 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짐승과 물고기는 물론 하늘을 나는 새들이 하는 말도 알아듣게 되었다. 둘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귀신과도 어울리더니 결국에는 하늘을 나는 도술은 물론 비바람을 부르는 주술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너와 내가 힘을 합치면 나라도 세울 수 있겠다.”

백순이 그런 말을 하며 얼굴을 붉히자, 이효가 입술을 다물며 고개를 끄덕거리는데, 이미 얼굴이 붉어졌다. 둘은 어울려 다니는 사이에 혼인까지 맺고 싶어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둘이 어울려 다니다 헤어진 이효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천신이 나타나더니

“천궁에 가셔야 합니다.”

옥황상제의 명이라며 이효를 구름에 태웠다. 하늘나라에 반란이 일어났기 때문에 이효를 진압장군으로 삼았단다. 갑작스런 일이라 백순에게 연락도 못하고 승천한 이효는, 옥황상제의 명에 따라 반란군을 진압하는 일을 맡아 매일 같이 전쟁터에 나가야 했다.

바람을 불러 반란군들을 날려 보내기도 하고 장대 같은 빗줄기를 내려 쓸어버리기도 했으나 반란군들도 도술에 능하여 전쟁이 끝나지 않아 3년이나 끌었다.

“아무래도 성재산 자락의 백순을 불러와야 할 것 같습니다.”

이효는 백순과 힘을 합쳐야 반란군을 진압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백순을 진압여장군에 임명하겠다.”

옥황상제는 백순을 여장군에 임명하고 오색구름을 내려 보냈다.
한편 이효가 밤사이에 사라졌다는 말을 들은 백순은, 이곳저곳을 수소문하여, 이효가 하늘이 보낸 구름을 타고 승천한 사실을 알았다.

“뭐야, 하늘나라의 공주와 혼인이라도 맺으러 갔다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 화가 나기도 했으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3년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자, 은근히 화가 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옥황상제가 진압여장군에 봉했다는 연락을 받자 ‘그러면 그렇지’라는 생각을 하며 하늘이 보낸 구름에 올라탔다.

“이제 안심하십시오. 우리 둘이 힘을 합하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

승천한 백순을 본 이효가 옥황상제를 안심시키고 반란군의 진지로 달려갔다.

백순과 3년을 싸워본 반란군들은 백순의 능력을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백순이 이효의 손을 잡고 나타나도 놀라지 않았다. 이길 수는 없지만 지지도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본 이효는 다른 병사들은 물러서게 한 다음에 백순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사용했던 도술을 부릴 자세를 취했다.

그것을 본 반란군들은

“또 그거냐.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새로운 도술은 없느냐.”

일제히 비웃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이효 혼자서 부리는 도술과 백순과 같이 어울려서 부리는 도술이 얼마나 다른지를 반란군들은 몰랐기 때문에 그런 오만을 부린 것이다. 반란군 앞에 선 이효가 잠시 숨을 고르다 앞으로 두 손을 뻗으며

“으라차차”

하며 크게 외치자 장대와 같은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백순이

“으라차차”

기함을 크게 지르며 두 발을 힘차게 밀어냈다. 그러자 쏟아지던 소나기가 몰아치는 폭풍에 휘날리며 공중을 선회한 다음에 반란군의 투구 위로 떨어지는데, 그것은 소나기가 아니라 날카롭고 묵직한 창이었다. 그것들이 반란군들의 투구를 뚫고 땅에 내리꽂히자, 반란군들이 일제히 쓰러지며 흘리는 피가 강물을 이룬다.

“역시 화합하는 남녀의 주술은 대단하구나.”

어느새 옥황상제가 나타나 쓰러져 피를 흘리는 반란군들의 시체 사이를 거닐며, 음양신의 화합하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가를 새삼 깨달았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앞으로 둘은 천궁에 살며 나를 보좌하도록 하라.”

이효와 백순에게 천상에 살 것을 명했다. 그러자 백순이 이효의 손을 잡으며

“저희는 성재봉 자락에 내려가 살고 싶습니다.”

성재봉 자락의 주민들과 어울려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다면 내가 그곳을 특별히 수호해야겠구나.”

옥황상제는 아쉽지만 둘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영원한 수호를 약속하셨다. 그리고 둘을 오색구름에 태워서 내려보내셨다. 그런 옥황상제의 약속이 지금도 지켜지기 때문에 성재봉이 내려다보는 세상이 천하의 명당이고 천하의 중심이란다.

세종매일 yg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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