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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기사승인 2018.03.13  08: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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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에 살리라…‘당산의 유래’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자기들을 지켜주는 신이 내려온다고 믿는 산을, 당산이라고 한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뒷동산이나 높은 곳에 올라 신의 은혜에 감사하며 새로운 소원을 빌었다. 그러면서 춤추고 노래하며 신을 즐겁게 해드리려 했다. 그래야 기분이 좋아진 신들이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때 좋아하는 음식이나 금품을 같이 바치면 더 좋아한단다.

그런 의례는 대체로 봄과 가을에 이루어지는데, 봄에는 뿌린 씨앗이 잘 자라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가을에는 풍년이 들게 해준 것을 감사한다. 그런 의례를 주도하는 사람을 제주라고 하는데, 제주로 뽑힌 사람은 몸을 깨끗이 하고 행동을 삼가야 한다.

제주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신이 내려온다는 곳에 제단을 만들거나 탑을 쌓고, 주위를 깨끗이 쓸고 사람들의 접근을 금하는 금줄을 둘러쳤다. 노란 황토를 뿌리기도 하는데 강림하는 신에 대한 예의였다.

그런데도, 금줄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은 동티가 나서 앓아눕거나 급살 맞아 죽는 것으로 믿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고을에 흉년이 들고 유행병이 퍼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신을 목독하는 자가 있으면 마을에서 몰아내고, 제주와 함께 엎드려 빌며 용서를 빌어야 한다. 기분이 나빠진 신을 달래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의례를 반복하면서 어떻게 하면 신이 기뻐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대개 세 가지 방법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첫째는 신의 기분을 맞추어 줘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술을 바치며 노래하고 춤을 춘다. 아름다운 노래를 듣거나 흥겨운 춤을 보면 신도 기분이 좋아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고 믿었다.

둘째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 열심히 일하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을 보면, 신이 감동하여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든단다.

열심히 일하며 착하게 사는데도 도와주지 않는 신이 있다면 그것은 악귀다.

그런 악귀는 당산에 살 수 없고, 사람들한테 제사를 받을 자격도 없다. 그런 악귀라면 금줄로 둘러싸는 성역에 내려와 자리를 잡아서는 안 된다.

세 번째는 약간 비겁하지만 사람들이 잘 써먹는 방법이다. 정성껏 준비한 제물을 차린 제단 앞에서 노래하며 춤을 출 때나 제주가 축문을 읽을 때 이런 약속을 하면 된다.

“풍년이 들게 해주시면 더 많은 제물을 바치겠습니다.”
“전염병이 돌지 않게 해주시면 비싼 금품을 바치겠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게 해주시면 재산 절반을 바치겠습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크게 한 턱 내겠다고 약속한다. 그런 약속은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재물을 바치지 않고 가무도 바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일종의 협박이다. 그러면 신들은

“뭐야, 인간이 감히 신을 시험하는 거야!”

불쾌하다거나 괘씸하다며 화를 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싶다는 오기가 들기도 하고, 인간들에게 존경받고 싶다는 생각, 더 많은 금품을 받고 싶다는 생각, 흥겨워지는 가무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들의 오랜 경험을 통해서 신을 조종하는 방법을 깨달은 것이다. 그것은 부모와 자식, 아버지와 딸,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서도 볼 수 있는 일이다.

대개의 부모들은 아들이나 딸이 공부를 잘해서 상을 받거나 착한 일을 하고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 머리를 쓰다듬기도 하고, 주머니에서 용돈을 꺼내 주기도 한다. 그러다 기분이 더 좋아지면 갖고 싶다고 졸라대던 물건을 냉큼 사주기도 한다.

그것은 기분이 좋아졌을 때의 반응이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공부를 잘하기는커녕 말썽만 피우는 자식에게, 부모가 화를 내거나 야단을 치면

“아버지와는 말이 안 통해서 같이 못살겠어!”
“지긋지긋한 엄마의 잔소리가 싫어 집을 나갈 거야!”

자식들이 반발하며 사고라도 칠 것처럼 말하면, 대개의 부모들은 겁을 먹고, 자식들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식들이 부모를 꼼짝 못하게 하는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용돈을 올려주면 열심히 공부할게요.”

살살 웃으며 조건을 말하며 협상하는 태도로 나오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자식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게 된다. 인간이 신에게 조건을 걸며 협박하는 것을 보고 배운 자식들의 나쁜 지혜라 할 것이다. 자주 쓰면 위험한 방법이다.

제사의례를 거행할 때, 사람들이 높은 산에 오르거나, 거목이나 금줄을 친 바위 앞에 제물을 차리고 의례를 거행하는 것은 어찌 된 일일까? 그것은 신의 위치와 더불어 생각할 문제다. 신에 따라 다르나, 인간들이 가장 존경하고 두려워하는 신은 하늘에 산다고 믿었다.

그 신이 인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산봉우리나 거목과 같은 높은 곳이나 단단한 바위 위로 강림한다고 믿기 때문에, 산봉우리에 돌탑을 쌓거나 거목에 금줄을 두르고, 인간들의 출입을 금하는 것이다. 그래야 신이 좋아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무당도 굿을 할 때는 나뭇가지나 삼지창을 치켜들고 땅이 꺼지라고 춤을 추는 것이다.

집에서 제사를 지낼 때, 제사상에 지방을 써서 올려놓는데, 그때의 지방은 당산의 거목이나 돌탑과 같은 역할을 한다. 조상이 지방으로 강림하여, 그곳에 앉으셔서, 제사상의 음식을 맛보시며, 절하는 자손들의 태도를 유심히 지켜보신다.

“복을 줄까 말까?”

그런 생각을 하시면서, 절을 하는 후손들을 내려다 보신다.

세종매일 yg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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