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세종시민헌장탑’서 원상복구… ‘시민들이 이뤄낸 값진 결과’

▲다시 제 모습은 찾은 연기군민헌장탑.
▲다시 제 모습은 찾은 연기군민헌장탑.

자칫 왜곡될 수 있었던 세종시 역사가 제자리를 찾았다.

지난달 30일 조치원 대첩로 116, 세종시민체육관 광장에는 ‘연기군민헌장탑’(이하 헌장탑)이 세척작업으로 몸단장을 하며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찾은 것에 만족감을 표하는 것 같았다.

이날 헌장탑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까지 유한식 초대 세종시장 재임시절인 지난 2013년 9월 ‘세종시민헌장탑’으로 교체된 후 약 45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헌장탑은 1993년 3월 건립됐는데 연기군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하나의 지표로서 탄생했다.

1993년 1월 연기군의회의 ‘군민헌장’ 제정이후, 같은 해 3월 연기군은 조치원·뉴조치원·연기·금남·전의 라이온스클럽, 조치원·연기 로타리클럽, 조치원 청년회의소 등의 성금을 포함 총 5,000여만원을 투입해 현 세종시민체육관 광장에 건립한 것이 그 역사의 출발점이다.

헌장탑에는 조치원을 상징하는 중앙 주탑을 중심으로 연기군의 7개 면을 표현하는 날개를 형상화해 제비가 비상하는 모습을 연출했고 군을 상징하는 제비, 복숭아꽃, 향나무, 복숭아 등이 부조로 표현됐다.

▲세종시민헌장탑
▲세종시민헌장탑

하지만 세종시 출범후 불과 1여년이 지나 헌장탑은 ‘세종시민헌장탑’으로 둔갑한다.

사실상 시가 출범됐다는 이유로 헌장탑 중앙 주탑에 ‘세종시 CI’를 새기고 명칭도 ‘세종시민헌장탑’으로 변경한다. 군민헌장 오석도 시민 헌장 오석으로 교체된다.

헌장탑의 상징성은 여전히 연기군인데 이름만 세종시로 변경한 것으로 연기군의 실체에 포장만 세종시로 만들어 역사 자체를 왜곡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와 같은 역사왜곡 논란에 세종시균형발전협의회(회장 이평선) 반이작 당시 회장을 중심으로 헌장탑 복원의 필요성을 공식 제기하고 9월에 세종시발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원상복원 결정을 내렸다.

이후 시는 ▲2016년 7월 시민 설문조사(찬성 40%, 반대 22.8%) ▲2017년 3·4월 관계자 회의 등을 거쳐 지난달 28·29일 양일간 ‘연기군민헌장탑’을 복원한다.

 
 

디자인기업인 ‘세종 icon’의 시공으로 주탑 상단의 세종시 로고는 삭제되고 헌장탑 문안도 ‘세종시민헌장탑’에서 ‘연기군민헌장탑’으로, 헌장 오석도 원래의 것으로 교체했다.

또한 헌장탑 건립기도 원상회복하면서 건립기 뒷면에 주물동판으로 복원내용을 간단하게 서술해 부착했다.

역사속으로 사라질뻔한 역사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제자리를 찾은 순간이다.

‘연기군민헌장탑’이 세종시 역사의 일부임이 명확함에도 당시 시 관계자들의 역사와 조형물에 대한 몰이해가 맞물려 정체성을 알 수 없는 괴물같은 세종시민헌장탑을 탄생시켰다.

또한 원상복구하는 과정에서 주민반발과 시 예산 및 행정력 낭비를 초래한 안타까운 사례다.

▲헌장탑 건립기 뒷면에 복원과정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헌장탑 건립기 뒷면에 복원과정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다만 헌장탑 복원과정에서 시민들이 모여준 관심과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시민 대다수가 헌장탑의 존재 및 변경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한 것이 세종시내 현실이다.

시가 복원 추진에 앞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는데, 헌장탑 정비사실 인지여부에 대해 ▲읍·면지역- 알고 있다 28.4%, 모름 71.6% ▲동지역- 알고 있다 16.8% 모름 83.2%로 나타나 공통적으로 정비사실 자체에 대해 모르는 응답자가 대부분이다.

 
 

다행히 몇몇 시민들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일관되게 시정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민선2기 세종시가 굳이 전임 시장시절의 행위에 대해 부담을 갖고 원상 복구할 가능성은 전무했을 것이다.

시민들의 작은 목소리, 하나 하나가 큰 물결이 돼 마침내 세종시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데 큰 획을 그었다.

▲주요 원상 복구 내용.
▲주요 원상 복구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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