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율 11%대, 가뭄 지속시 ‘식수 대란‘ 우려

▲보령호 바닥이 황량하게 갈라져 있다.
▲보령호 바닥이 황량하게 갈라져 있다.

전국적으로 봄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충남지역 8개 시·군의 생활용수와 댐 인근 지역의 농업용수, 보령화력 공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보령호가 말라가고 있다.
 
1998년 다목적 댐인 보령댐의 건설과 함께 조성된 보령호는 보령시, 서천군, 청양군, 홍성군, 예산군, 서산시, 당진시, 태안군 등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최대 수원으로 지난 3월 25일 수위가 이미 14.1%까지 떨어져 경계단계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한국수자원공사 보령권관리단은 부여 백제보 도수로를 통해 전체 공급량의 절반인 1일 평균 11만5000여톤의 금강물을 보령호에 끌어들여 공급 중이다.

 금강물의 유입으로 관할 수역 지자체에서는 아직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은 겪지 않고 있으나 15일 현재 저수율이 11.5%를 나타냈고 매일 0.1% 정도씩 줄고 있어 다음 달까지 큰비가 오지 않을 경우 최악의 식수대란까지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오전 찾아간 보령호는 수문 근처를 제외한 대부분이 진흙 침전물에 덮인 채로 거무스름한 형체를 보이고 있었다. 

그나마 예전에 하천이었던 곳에 드문드문 작은 웅덩이가 눈에 띌 뿐 작은 보 등 농업용수 구조물들이 수몰 전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히 보령시 미산면에 속하는 보령호 상부의 수심이 얕은 지역은 대부분 바닥이 갈라져 있고 일부 바닥면은 긴 가뭄의 위력을 말해주듯 아예 풀밭으로 변해 버렸다.

호수 근처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50·여)는 “인근 주민들은 대부분 간이상수도를 이용하고 있어 큰 피해는 없으나 장기간 비가 오지 않으면 식수와 농업용수를 보령호에 의존하는 주민들에겐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이곳에서 17년간 가게를 운영하면서 호수가 올해처럼 심각하게 마른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총저수용량 11억6천9백만톤, 저수면적 163.6㎦에 달하는 거대한 담수호가 점점 말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수자원공사 보령권관리단도 수위변화에 촉각을 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보령권관리단은 가뭄 장기화에 따른 용수 부족사태에 대비,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의 용수공급 조정기준을 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백제보 도수로 가동에도 가뭄 미회복시 대청댐과 용담댐에서의 대체공급 등 급수체계를 조정한다는 복안이다.

박영오 운영부장은 “별다른 유역 수원이 없는 보령댐은 용수 확보에 강우 의존비율이 높아 올해부터 백제보에서 금강물을 유입시켜 대응하고 있다”며 “앞으로 당진시에는 대청댐에서 1일 2만1000톤, 서천군에는 용담댐에서 1일 1만톤 정도를 공급하면 보령댐 공급량의 14%정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령댐의 저수율이 낮아져 이를 이용하는 충남도내 8개 시·군의 식수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면서 해당 시·군에서도 농업용으로 전환했던 지방상수도의 정비,  제한급수 체계 준비 등 식수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서천군의 경우 제한 급수시 보령댐과 용담댐에 반반씩 의존했던 1일 2만여톤의 생활용수를 전부 용담댐에서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김응환 상수도팀장은 “전 지역에 용담댐생활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송수관 설치를 완료했다. 노후관망정비 등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 관정개발, 소규모 용수개발 등을 추진, 대비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당국의 대책에도 매년 봄마다 되풀이되는 가뭄과 용수난을 겪으면서도 사후약방문식 대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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