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 살리라…‘용샘의 용’

▲권오엽 명예교수.
▲권오엽 명예교수.

천제가 하늘과 땅을 다스리던 옛날에, 전월산을 끼고 흐르는 금강에 진수라는 용이 살고 있었다.
 
기운이 넘쳐, 물이 불어나면 모두 안전한 곳으로 피하는데 진수는 거슬러 올라 다니며 즐긴다. 머리에 뿔이 나면서 눈은 귀신, 목은 뱀, 배는 이무기, 등은 잉어, 발톱은 매, 발바닥은 호랑이, 귀는 소처럼 변해갔다.

자랄수록 힘이 넘치는 진수는 잠시도 쉬지 않고 강물을 오르내리다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기도 했다. 그처럼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진수는 전월산 쪽을 바라보더니

“저 산을 뚫고 하늘을 날아보아야겠다.”

전월산을 뚫어보겠다고 외친 다음에 꼬리를 흔들며 돌진하여“꽝”하고 전월산 자락에 부딪치며 파 들어가기 시작했다. “두두두”하고 산을 뚫고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것도 잠깐 “펑”하는 소리와 함께 진수가 하늘로 치솟았다.

진수는 힘차게 꼬리를 흔들며 날아다니다, 금강물이 차올라 우물이 된 굴을 통해 금강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로도 진수는 그 굴을 통해 하늘에 올라 다니는 것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우레 같은 소리가 들렸다.

“천제를 보좌할 용을 선발하니 뜻이 있는 용들은 승천하라.”

천궁에서 일할 용을 뽑는다는 소식이었다. 천궁에 거주하며 천제를 돕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많은 용들이 승천하자, 천궁을 관리하는 신이 모두를 모아놓고

“고향의 물을 머금고 승천하도록 하라. 승천하는 순서대로 선발하겠다.”

천지간을 오가는 능력을 보겠다는 문제였다. 문제를 들은 용들이 서둘러 하강하자, 천제가“사흘 간 비를 내리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래서 그런지 사흘이 지나가는 데도 승천하는 용이 없었다.
천제가 크게 실망한 얼굴로 천하를 내려다보았더니, 용들이 비를 기다리며 발만 동동거리고 있었다. 천제는 한심스럽다며 혀를 차는데, 바로 그때였다.

“쏴아, 쏴아”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천제가 깜짝 놀라 내려다보았더니, 입으로 물을 뿜으며 올라오는 용이 있었다. 입에서 뿜어낸 물줄기가 솟구쳐 오르다 떨어지는 물줄기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아니, 저럴 수가!”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놀란 천제가 벌린 입을 다물기도 전에, 천궁에 올라온 용은 은하수에 물을 토해낸 다음에, 천제 앞에 똬리를 틀고 아뢴다. 

“금강의 진수입니다. 승천하다, 임산부의 집으로 귀신들이 몰려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대로 두면 위험할 것 같아서 귀신들을 퇴치하느라고 이렇게 늦었습니다.”

제일 먼저 도착했으면서도 늦었다고 용서를 빈 다음에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바쁜 가운데 인간을 도왔다는 홍익 정신에 천제는 크게 감동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까지도 승천한 용이 달리 없었다. 천제가 어쩔 수 없다며 비를 뿌리게 하자, 그때서야 용들이 빗줄기를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천제는 승천한 용들을 은하수에 모이게 한 다음에

“홍익정신이 투철하고 도술까지 뛰어난 진수가 장원이다.”

진수를 장원으로 뽑고 극구 칭찬했다. 진수는 천제가 탄 오룡거를 끌기도 하고, 천제의 뜻을 사방에 전하기도 했는데, 어떤 일을 맡아도 깔끔히 처리하여, 천제의 신뢰는 나날이 커졌다.

그러던 어느 날, 천제는 큰 잔치를 열고, 많은 신하들이 보는 가운데

“진수를 나의 부마로 삼겠다.”

천제가 가장 아낀다는 공주와 진수의 혼인을 발표했다.

평소부터 공주를 흠모하던 진수에게는 더 없이 기쁜 일이었다. 기쁜 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진수가 태어나고 자란 금강유역 과 굴을 파고 승천한 전월산 자락에는 가뭄이 들지 않고 홍수가 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특명까지 내리셨다.

이후로 진수는 공주와 같이 전월산 위를 날아다니며 구경하고 승천하는데, 그때 용샘 위에는 오색구름이 두둥실 떠다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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