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발가벗겨지고 법 밖으로 추방되는 생존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배제와 추방이라는 두 죽음 사이의 선택만 존재하는 세상이 되었다.

‘하면 된다’의 노력으로 출발해 ‘할 수 있다’는 자기 계발을 지나 ‘해야 한다’는 노력으로 결국 삶을 파괴하는 파국에 도달했다. 안중근 보다 더 흉하고 악한 운수는 없겠지.

그를 의사(義士), 의로운 선비로 기린다.
두 글자를 따져 읽어보자. 의(義)! 용사는 제 목이 땅 위에 떨어지기를 각오하며 살고, 선비는 굶주려 죽을 각오로 산다는, 그 길 아닌가!

신념을 지키는 사람은 위대해! 그런 사람은 투철한 의지로 희망을 향해 나아가!

하지만 사랑에 빠진 남자는 초라해! 사랑은 신념이나 의지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야! 감정은 종종 운명의 영역이야! 이것이 진짜 나의 얼굴일 것이야! 알이 깨지고 새가 태어나듯이, 지금 딱딱한 껍질 속에서 한 방울 수액은 꽃과 잎이 되기 위해 가지 밖의 햇볕과 부드러운 바람과 드넓은 하늘을 찾아 헤매고 있으리라.

연애에는 황금, 용모, 재지(才智)라는 세 가지 조건이 개입한다는 것이지. 그러니까 연애하지 않을 자유는 연애의 자격을 다 갖춘 사람에게만 허용하지 말고 원하는 사람 모두에게 허용하라는 것입니다.

어찌 할 수 없는 파도에 실려 흘러가는 삶, 어쩐지 몹시 익숙한 얼굴을 본 것 같은 기분, 그대여 한 발짝이라도 더 가까이, 당신의 소리 옷깃을 잡아채려다 놓치기도 하는 상처 깊은 나였어. 흠집 없이 함께하고 싶은 삶의 진수를 깨닫고 살면 좋은 삶이 아니겠어.

몸이여 주어진 삶을 살아가렴. 어느 순간 더 환한 세상으로 날아갈 순 없을까. 잘 안되면 안 되는 데로 살지.

새가 난다 화려한 뭉게구름위로. 좀 비현실적인 듯해 다시 보았어. 뭉게구름 사이에 갇힌 새, 불새 한 마리. 하늘을 붉게 물들인 불새 한 마리. 가지로 하늘로 도약하기 위한 수액의 웅크림은 얼마나 힘차고 적극적인 자세인가. 만 개도 넘는 잎이 되어 바람에 마구 흔들릴 날을 꿈꾸는 반동의 힘을 느낀다.

그 나무의 늙음, 특성, 내면성, 참나무성(性)을 느꼈습니다. 대신 인간은 손수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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