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밑바닥 민심 읽으려면 현장으로 나가라” 일침

이춘희 시장이 지난 1일 연서면 시민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장면.
이춘희 시장이 지난 1일 연서면 시민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장면.

“얼마 전 개최된 이춘희 시장의 시민과의 대화에 참석 한 것 같은데 또 해? 일년에 몇번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행사 당일 개인적인 바쁜 일정이 있는데 불참할 수도 없고 걱정이다”
이춘희 시장이 주재하는 ‘시민과의 대화’의 참석을 앞둔 한 시민의 볼멘소리다. 이 시민은 지난해 12월 시민과의 대화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지난달 조치원읍을 시작으로 각 읍·면·동에서 진행된 ‘시민과의 대화’가 ‘소통의 장’이 아닌 ‘형식적인 장’으로 전락해 본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민과의 대화의 취지는 각 읍·면·동 시민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해 소통을 통해 시민과 함께 지역발전을 고민하고,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그러나 각 읍·면·동사무소에서는 텅빈 행사장의 모습이 아닌 만석인 행사장의 모습인 알찬 마무리를 위해, 이장들을 비롯한 새마을 지도자, 지역민 등을 자의든 타의든 최소 인원을 참석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동원아닌 동원을 해야하며, 市는 또한 市대로 실·과장들을 대동해야 한다.

이는 시민에게는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야기시키고, 공무원에게는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민과의 대화의 진행사항을 살펴보면 각 읍·면·동별 대부분 1시간 40여분 정도 소요아래, 정책기획관의 市 2016년 주요성과 설명, 시정방향 10대과제 설명 등의 설명을 시작으로, 각 읍·면·동장의 지역별 성과 업무계획 및 2017년 새로운 추진사업 발표, 이춘희 시장의 인사말 등으로 40여분이 소요된다. 정작 시민과의 대화는 1시간여 뿐이다. 시민들이 소통의 자리가 되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더우기 실질적으로 지역민들이 배수정비, 인도설치, 경로당 환경개선 등의 건의사항을 쏟아내면, 시장의 대부분 답변은 “검토해 보겠다” “관심 갖고 지켜보겠다” “담당부서에서 검토하도록 하겠다” 등의 미온적인 답변으로 일관되고 있어,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몇몇 시민들은 이날 지역현안의 건의사항이 아닌 지난해 건의사항이 잘 해결됐다고 밝힌 후 “시장님한테 감사하다”며 노골적인 대담이 오가는 장면이 연출 돼 ‘시민과 대화’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시민과의 대화가 아니더라도 市는 매주 목요일 브리핑을 통해 시정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발표하고 있으며, 시민들 또한 각 읍·면·동의 읍장을 비롯한 면장, 동장, 이장 등에게 지역민의 건의사항을 건의한다. 그렇다면 왜 굳이 市는 ‘시민과의 대화’라는 불필요한 자리가 필요한지 집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게다가 2015년 3번, 2016년 2번 등 1년에 한번도 아닌 2~3번에 걸쳐 틀에 박힌 형식적인 대화로 ‘시민과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어 시민들의 볼멘소리는 더욱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며, 이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소통의 장’을 빗된 내년에 치뤄질 선거를 염두해 둔 것 아니냐는 시비를 낳을 수도 있는 것.

이에 이춘희 시장은 밑바닥 민심을 읽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듣기 위해서는 지역내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실례로 이 시장이 직접 재래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삶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 후 그들의 애로사항을 들어야 하며,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의 눈높에서 그들이 꼭 필요로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들어야 한다. 또 각 읍·면·동별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의 건의사항을 접하는 등 생생한 시민의 목소리를 통해 정책을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이춘희 시장의 ‘시민과의 대화’, 본래의 취지에 걸맞는 합리적 운영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임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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